♥와블의 트랜스포머 버닝홈입니다♥
by WILDBLAST
[서평] 형사 실프와 평행우주의 인생들

지금의 당신은 시험에서 B를 맞았지만,
사실은 A+로 수석을 맞은 당신이 우주 어딘가에 존재할 지도 모릅니다.
지금의 당신은 평범한 일상을 무료하게 살아가고 있지만,
우주 어딘가에서는 전세계의 슈퍼스타로서의 삶을 살고 있을 지도 모릅니다.

당신이 지금 살고 있는 이 우주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평행하게 진행되고 있는 다른 우주가 존재한다는 것.

그것이 바로 평행우주론입니다.

 



 

 

<형사 실프와 평행 우주의 인생들>



 

 

 

물리학자인 오스카에게 있어 제바스티안은 그의 인생 중 난생 처음 그 존재와의 공존을 기쁘게 인정할 수 있는 단 한 명의 사람입니다. 대학시절에 만난 두 사람은 마치 떼어낼 수 없는 사이처럼 서로의 존재를 기꺼워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오스카와 동등하다고 생각했던 자신이 사실은 그보다 한 수 아래라는 것을 깨달은 제바스티안은, 동시에 그것을 부정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순간 오스카를 예전처럼 허물없이 받아들일 수 없게 됩니다. 제바스티안이 원했던 것은 오스카와 같은 위치에서 사랑하는 물리학을 함께 논하는 것이었으나, 오스카는 보다 월등한 존재였고, 심지어 오스카조차 그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에 깊은 좌절감을 느낀 제바스티안은 그때부터 오스카와는 달리 평행우주의 이론에 몰두하기 시작합니다. 평행우주의 이론에 따라 어딘가에서는 자신이 오스카에게 뒤쳐지지 않는, 어깨를 나란히 하며 사는 세계가 있을 거라는 믿음으로 현존하는 오스카가 주는 버거움을 감당해내기 위해.

 

한편 자기 인생의 유일한 파트너라고 인정해도 좋을 제바스티안과의 관계를 예전으로 되돌리고 싶어하는 오스카는 물리학계에서는 이미 한물 간 그의 연구를 질타하며 우주는 단 하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라고 날선 공격을 던지는 걸 포기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지속되어오던 관계가 점차 견뎌내기 힘들어질 즈음, 제바스티안의 아들이 방학 캠프에 가던 도중 감쪽같이 유괴됩니다. 그리고 납치범으로부터 걸려오는 한 통의 전화는 단 한 가지만을 제바스티안에게 요구합니다. "다벨링은 제거되어야 한다."

다벨링은 제바스티안의 아내와 취미생활을 공유하는 친구로, 근래 무려 4명의 사상자를 낸 의료사건의 중요한 실마리를 쥐고 있을 거라는 소문에 오르내리던 의사였습니다. 제바스티안은 혼란에 빠지지만 자신의 아들을 구해야 한다는 절박감에 다벨링을 살해합니다.

 

그러나 납치범들의 요구대로 했음에도 아들의 행방을 도무지 알 수 없자 한계에 다다른 제바스티안은 결국 경찰에 찾아가 유괴 신고를 하는데, 바로 그 날─ 아들 리암에게서 전화가 걸려오고, 리암은 자신이 납치되었다는 사실조차 전혀 모른 채 캠핑을 즐기고 있다는 사실을 전해옵니다.

 

제바스티안에게는 분명 유괴범이 존재했고, 그가 리암의 몸값을 요구했으며, 그래서 그 대가를 치뤄야 했지만─ 정작 리암은 유괴되지 않은 상황. 평소 자신이 입버릇처럼 말해오던 평행우주의 혼란에 빠진 제바스티안의 세계가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 이 일련의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노형사 실프가 등장합니다.

 

 

 

***************

 

서평이벤트에 당첨되어서 열심히 읽었던 책입니다. 행복했어요. 행복했습니다.
문장이 아름다워서 행복했고, 오스카가 너무너무 아름다워서 행복했습니다. 아이고 좋아라.
그냥 아주 막, 버닝하며 읽었어요. 오스카가 나와야 재밌어. 오스카가 나와야 행복해! 막 이러면서ㅎㅎ

영화화 된다 그러던데, 한국에도 나오니까 선전을 한 거겠죠?!!
오스카가 보여주는 <물리학은 연인들의 것>이라는 공식을 영상으로 보고싶습니다.. 하악..!
소장해놓고 생각날 때마다 핥을랍니다. 아윽, 아흥!

....엔딩에 관해서는 쪼까 할 말이 좀 더 있지만 지금은 정리가 안 되니 그냥 참겠어요ㅠ.ㅠ
사실 엔딩쪽으로 가면 갈수록 오스카 하악에서 제바스티안 지못미ㅠ.ㅠ가 되지만.. 아오..ㅠㅠ







<형사 실프와 평행우주의 인생들>이라는 제목을 듣는 순간, 누군가는 질린 표정으로 고개를 저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물리학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책의 소개를 보는 순간 책에 대한 호기심을 포기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단언컨대, 이 책을 읽는 데 물리학에 대한 개념이 난점으로 작용하지는 않습니다(물리학 용어가 등장했다는 이유만으로 괜스레 머리가 아파질 수는 있습니다). 오히려 물리학이 공식과 개념만으로 이루어진 골치아픈 학문이 아니라, 철학을 논하는 기준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또한 추리물을 그다지 즐기지 않는 사람이라도 부담이 없을 정도로, 사실 이 책은 <사건>과 <트릭>과 <해결>이 중점이 되는 내용이 아닙니다. 만일 기발한 트릭을 밝혀내는 형사의 활약을 기대하고 있다면, 사실 이 책은 큰 만족감을 주지 못할 겁니다(형사는 중간에나 등장합니다).

 

오히려 이 책은 물리학이라는 악세사리를 달고 추리라는 신발을 신은 철학적 드라마에 가깝습니다. 두 물리학자가 등장하고, 각각의 인생철학이 존재하며 자신을 삶을 이루고 있는 그 신조의 정당성을 끊임없이 찾고 있습니다. 때문에 사건 자체보다는 인물에 초점을 두고 글을 읽어내려가는 것이 나을 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 책은 상당히 다양한 템포로 진행됩니다. 때로는 흐르듯이 부드럽고 천천히, 때로는 조용하지만 격정적으로, 가끔은 호흡조차 아깝다는 듯이 숨막히듯 빠르게.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치밀하게 짜여진 공연이나 연극을 보는 것처럼 산보와 경주를 적절히 배치해놓았습니다. 작가 특유의 대담한 은유(라고 평가되는)가 이에 박차를 가합니다. 느린 진행은 손으로 더듬어내려가듯 더욱 세심하게, 빠른 진행은 뒤에서 쫓아가듯 더욱 속도있게.

 

사실 <호흡곤란으로 기절하고 말았다>는 짧은 글로 마무리할 수 있는 문장에 무려 다섯줄이나 할애하는 서술법이라든가 <불빛은 잔잔한 호수들이 되어 아스팔트 위에 누워 있다>같은 은유법은 분명 취향을 탈 수 있습니다(실제로도 그렇게 평가되고 있다고 합니다).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이 떨어지는 문장을 선호하는 사람에게 이 작가의 문체는 어지럼증을 유발시킬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취향적인 문제를 살짝 외면하고 본다면 이 작가의 문체는 그런 화려한 은유법에도 불구하고 이해가 쉽습니다. 마치 슬로우 모션으로 한 장면 한 장면 관객에게 선사하는 영화를 보는 것처럼 실감나는 묘사는 과히 일품입니다. 게다가 그런 유려한 서술법을 쓰면서도 꽤나 담담하고, 또한 곳곳에 위트가 있습니다. 때문에 다소 길지 않은가 여겨지는 각 인물에 대한 소개가 결코 지루하지 않습니다.

 

왕왕 등장하는 물리학에 관한 논쟁이 머리를 지끈거리게 한다면 굳이 그것을 완벽하게 소화 흡수하기 위해 멈춰서지 말고 다음 문장으로 넘어가시길 추천합니다. 일견 불친절한 듯 이론을 늘어놓던 작가는 중간중간 받아들이기 쉽게 다시금 재정리하고 여러번 반복해 말함으로서 은연 중에 자연히 이해할 수 있게끔 돕는 친절도 발휘합니다(결정적인 부분에서는 특히나 쉽게 알 수 있게끔 해줍니다). 수수께끼처럼 들리는 젠체하는 대사들의 의미도 나중에 그 뜻을 알아챌 수 있게끔 솜씨있게 글을 풀어나갑니다. 더욱이 용의주도하게도, 그 <알아채는 수준>을 햇살처럼 환하게 밝혀주는 것이 아니라 안개가 슬쩍 걷히는 정도에만 그침으로써 책을 다 읽은 후에도 이 책을 손과 머리에서 떠날 수 없게 하는 장치까지 곳곳에 마련해두었습니다.

 

첫부분을 읽을 때는 유려한 문체에 감탄하게 되고, 그 다음으로는 등장하는 인물들의 깊은 매력에 빠지게 되며, 다음엔 불가사의한 사건의 정체에 호기심을 멈출 수 없게 되고, 그 사건의 진상에 머리가 띵해지는 충격까지─ 4단 콤보의 선물이 책 안에 숨겨져 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이 책의 소장가치는 충분하다고 만족했습니다. 비록 사건의 엔딩부분에서는 납득하는 저와 조금 만족하는 저, 현실적인 부분에서 조곤조곤 불만을 품는 저와 같은 다중 우주가 존재하게 되었지만, 그것마저도 평행우주를 말하고자 하는 저자의 의도였다면 그저 훌륭하다고 박수를 쳐줄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실제로 이 책의 엔딩은 <어떤 의미에서는> 해피엔딩이지만, 그 사실에 대한 반론의 여지가 너무 많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밝혀야 할 것 같습니다. 사실 제게는 이대로는 이야기가 부족해! 라며 불평하면서도 사실 이야기가 그 이상 더 진행되길 바라지 않는 마음이 아직까지 함께 공생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물리학 박사 출신인 클라우디아 레만 감독의 연출로 영화화가 예정되어 있어, 책을 덮은 이후에도 기대감을 갖게 합니다. 오스카가 제바스티안과 함께 선보이는, <물리학은 연인들의 것>이라는 공식 증명의 아름다운 장면이 가시화될 것이 무엇보다 기대되고, 저 역시도 읽으면서 다 이해하지 못하고 대충 안개만 휘저어놓고 지나간 부분들을 부디 클라우디아 레만 감독이 친절하고 편히 이해할 수 있게 연출해주기를 기대합니다. 그 영화가 부디 한국에서도 상영이 되어 꼭 관람을 할 수 있기를. 그 후에 다시 한 번 이 책을 펴들고, 그때는 지금처럼 고개를 갸웃하며 넘어가는 부분 없이 모든 문장을 하나하나 정독하며 읽어보고 싶습니다. 이미 내용을 모두 알고 있는 상태이니, 수수께끼 같다 여겼던 지문들이 내포하고 있던 의미들을 이번에는 제대로 흡수하기 위해서. 그때는 지금과는 또 다른, 그리고 보다 나은 감상을 얻을 수 있겠지요. 그 때까지 저 자신의 지적 이해력도 좀더 숙성시켜둬야 겠습니다.

by WILDBLAST | 2011/02/16 15:24 | ♡각종 리뷰♡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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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큐티스네이크 at 2011/05/01 14:12
와블님! 잘 지내시온지요!! 4월 28일에 업뎃 된 새 트포 예고편은 보셨나요?
이번에도 사람들 대박 낚였던데 ㅋㅋㅋ 전율이 찌릿찌릿 오나봐요 ㅜㅜ
근데 전 스포일러 당하기 싫어서 (이미 엔딩을 좀 당한거 같은데 억지로 아니라고 고개를 설레설레 젓는중;;) 일부러 안보고 개봉하면 보려고 참고 있어요.
근데 평은 좋네요. 제발 광고가 전부가 아니길.ㅋㅋㅋ
그리고 오늘부터 트포 온리전 부스 접수 받는데 혹시 신청안하시나요?
이번에도 같이 하면 참 좋을텐데 말입니다.ㅎㅎㅎ
Commented by WILDBLAST at 2011/05/18 00:43
큐티스네이크님! 댓글 늦게 달아 죄송합니다ㅠㅠㅠㅠㅠ
트포 예고편 봤지요, 봤구말구요! 일부러 방 불 끄고 볼륨업 한껏 해놓고 봤는데 정말 온 몸에 전율이 왔습니다. 정말 근사하고 멋있었어요ㅠㅠ 마베감독이 2편에서의 실패를 알고 있다는 길드장의 코멘트도 엄청 저를 설레게 만들었습니다ㅠㅠ!!! 역시 명불허전, 트랜스포머입니다;w;)b
트포 온리전 부스 참가는 5월 말까지라서 어떤 형태로 참가할지에 대해서 열심히 고민하고 있어요;; 신간 제작은 무리수가 따르는지라 재고판매를 해야 하는데, 그것만으론 아쉬워서 뭘 할지 아직도 고민 중...;;; 나머지는 큐티스네이크님 이글루로 찾아뵙고 말씀드릴게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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